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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라 쓰고 파트너십 코드라 말한다] <1> 기업의 득과 실

최종수정 : 2019-01-20 17:15:38

#.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을 상대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주요 상장사가 동요하고 있다. 시장에선 직접적인 경영참여는 이뤄지지 않겠지만 경영권을 견제하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다. 재계는 국민연금 등이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경우 '연금사회주의', '연금관치주의'를 우려한다. 최근 들어 KCGI 처럼 토종 행동주의 펀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도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 차등의결권과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나라 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 에서 참석 기업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참석 기업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기업이 투자 확대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경영권 방어에 대해 말했다.

그동안 기업은 끊임없이 경영권 위협을 받아 왔다. 액티비스트 인사이트에 따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공개적으로 경영에 개입했던 표적 기업은 2013년 570개에서 2017년 805개로 40% 이상 늘었다. 특히 아시아 기업을 겨냥한 경영개입이 2011년 10회에서 2017년 106회로 증가했다.

소버린 사태는 해외 헤지펀드가 국내 대기업의 1대 주주로 올라선 최초의 사례였다. 2003년 헤지펀드 소버린은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지분을 14.99%까지 매입하며 1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후 경영진 퇴진 요구를 하는 등 본격적인 경영권 전쟁에 돌입했으나 소버린은 2005년 7월 전량을 처분하며 9437억원의 시세 차익을 내고 한국을 떠났다.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먹튀(먹고 튀다)' 논란의 시발점이었다.

2006년에는 미국의 칼 아이칸 연합이 KT&G 주식을 매입해 사외이사 1명을 이사회에 진출시키고 1500억원 가량의 매도 차익을 얻은 뒤 철수한 바 있다. 최근에는 2015년 사모펀드 엘리엇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반대, 2018년에는 현대모비스-글로비스 분할 합병 반대 등의 사례가 있다.

여기에 외국 투기자본의 공세로부터 경영권을 지켜줄 것으로 기대해온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을 대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하면서 재계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도입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첫 적용 사례다.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7%에 육박하는 국민연금이 한진칼·대한항공을 시발로 주식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주주권 행사에 나서면 기업에는 상당한 부담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연금사회주의', '관치주의'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 경영권이 정부 입김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연금사회주의는 1970년대 연금이 집합적으로 미국기업의 최대주주이자 최대 채권보유자로 떠오르면서 제기된 개념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영자의 자격을 규율한다는 자체가 문제적 발상"이라며 "형법상 처벌해야 한다면 처벌하면 되지, 범죄를 이유로 재산을 뺏거나 경영권을 뺏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전체주의·사회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진퇴를 거론하는 것은 기업을 국유, 공유로 이전하거나 경영을 통제·관리할 수 없다는 헌법 제126조에 반(反)할 소지가 크다"며 "오히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한도를 5%로 제한하는 역발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헌법126조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포이즌 필, 황금낙하산, 주식차등의결권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제도적으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이 거의 없어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의 공격에 취약하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 중인 경영권 방어수단은 '주식대량보유 보고제'(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투자자의 경우 지분 변동 내역을 5거래일 안에 공시하도록 한 제도) 정도가 전부다.

'포이즌 필'은 거대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공격이 있을 경우 이사회가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을 싼값에 인수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편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황금낙하산'은 적대적 매수 시 임기가 남은 경영진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거나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M&A 비용을 높여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이 제도는 2010년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등 시행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국회에서 무산됐다.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미국만 하더라도 '차등의결권'을 통해 창업주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보장하면서 고용과 투자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데 경영권을 흔드는 데 집중하기보다 이런 부분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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