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같은 배를 탄 사람들' 현대커리지호 승무원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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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같은 배를 탄 사람들' 현대커리지호 승무원들을 만나다

최종수정 : 2018-11-22 13:45:05
6개월 이상 먼 여정…"배는 집이자 직장, 동료는 가족과 동시에 친구"

현대커리지호 왼쪽부터 정의리 일항사, 서민수 선장, 김성진 기관장, 최형도 일기사가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 광양으로 향하는 배위에서 파이팅 을 외치고 있다. 김승호 기자
▲ 현대커리지호 (왼쪽부터)정의리 일항사, 서민수 선장, 김성진 기관장, 최형도 일기사가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 광양으로 향하는 배위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승호 기자

【상하이(중국)·광양(한국)=김승호 기자】일반인들도 평소에 '같은 배를 탄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런데 정말 같은 배를 탄 사람들과 3박4일의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했다.

지난 15일 중국 상하이항을 출발한 현대커리지호는 한국의 광양항과 부산항을 들러 컨테이너를 추가로 싣고 베링해를 거쳐 미국 서안에 있는 타코마와 최종 목적지인 LA의 롱비치로 갈 예정이다. 롱비치엔 이달 30일 새벽께 도착한다. 그후 다시 선수를 돌려 같은 항로를 이용해 상하이로 복귀한다. 돌아올 때쯤엔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다. 40일이 훌쩍 넘는 긴 여정이다.

이때문에 승무원들에겐 배가 집이자 직장이다. 험한 파도를 헤치고 가야하는 동료들은 가족이고 친구다.

"승무원들은 보통 승선하면 6개월에서 길게는 8개월 가량을 배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런 후 2개월 가량 휴가를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배에 있는 시간이 집에 있는 시간보다 길 수 밖에 없다. 총각 시절엔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게 가장 아쉽더라.(웃음)" 현대커리지호 서민수 선장의 말이다.

현대커리지호는 8600TEU급으로 몸집이 상당하지만 승선인원은 선장을 포함해 고작 21명 뿐이다. 화물 관리, 엔진 및 발전기 작동, 항해에 필요한 각종 장비 등이 모두 전자화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승무원들은 업무별로 갑판을 기준해 상층부를 관장하는 항해사와 기관실이 있는 하층부를 맡는 기관사로 구분한다.

항해사(항사)에는 배를 총괄하는 선장부터 직급이 높은 순으로 일항사, 이항사, 삼항사가 있다. 화물 관리, 항해 장비 및 항해 계획, 각종 안전 장비 관리, 입출항 수속 등을 이들이 담당한다.

현대커리지호 김성진 기관장이 기관실 장비들을 설명하고 있다. 김승호 기자
▲ 현대커리지호 김성진 기관장이 기관실 장비들을 설명하고 있다. /김승호 기자

기관사엔 엔진과 발전기 등을 총괄하는 기관장부터 일기사, 이기사, 삼기사가 있다. 현대커리지호에는 21명 중 유일한 여성인 정수홍 삼기사도 포함돼 있다. 정씨는 "현대커리지호가 첫 승선으로 배를 탄지는 6개월 가량 됐다"면서 "항해사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기관사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승무원 21명 중엔 필리핀 국적을 가진 11명도 포함돼 있다. 부원으로도 불리는 이들은 한국인 사관의 지시에 따라 키를 잡는 갑판수, 갑판을 유지보수하는 갑판원, 기관부 소속인 기관수, 음식을 하는 조리장 등으로 나뉜다.

서민수 선장은 "최근 들어 외국인 승무원들은 필리핀이나 미얀마 출신이 대부분"이라면서 "필리핀 승무원들은 영어를 잘해 의사소통이 쉬운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뱃사람들이 겪는 가장 큰 애로는 '그리움'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올해로 쉰넷인 김성진 기관장은 "가족들이 아프더라도 배를 타는 동안엔 몸이 자유롭지 못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가장 마음에 걸린다"고 전했다.

정의리 일항사는 상하이를 출발한 배가 전남 광양에 들렀을 때 아내와 어린 딸 둘을 배에 태웠다. 배가 태평양으로 향하기 전 광양에서 부산까지 하루 남짓 시간이라도 가족들과 함께 있고 싶어 미리 동승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움만 견딜 수 있으면 배에 타는 해상직은 제법 많은 돈을 만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해상직의 경우 육상직 직원들에 비해 연봉이 약 1.5배 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부는 정년 후 촉탁직 등의 형태로 재취업 길도 열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커리지호 서민수 선장이 조종실로도 불리는 브리지에서 운항중에 바다를 주시하고 있다. 김승호 기자
▲ 현대커리지호 서민수 선장이 조종실로도 불리는 브리지에서 운항중에 바다를 주시하고 있다./김승호 기자

국내 선사 중 하나인 현대상선 소속인 이들은 항해 중 바다에서, 전세계 곳곳의 항만에서 내노라하는 글로벌 해운사들을 만날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든다.

덴마크, 스위스,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대만 등 주요국의 해운사들이 점점 거대해지고, 전 세계 항만에 있는 터미널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수 선장은 "해운업은 글로벌 회사들과 경쟁할 수 밖에 없다. 전 세계 주요 항만의 터미널을 확보해 원활하게 화물을 운송하고, 화주 유치 경쟁을 벌여 일감을 추가로 확보해야한다"면서 "현재의 해운업은 과거 반도체업계의 싸움과 비슷하다.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의 기간산업중 하나인 해운업은 보란듯이 살아나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상선 중국총괄본부는 지난 10월12일부터 이달 2일까지 칭다오, 톈진, 상하이, 닝보를 차례로 오가며 화주 초청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화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건설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다. 중국본부가 화주들을 모셔놓고 이같은 행사를 한 것은 2011년이 마지막이었다. 7년만에 부활한 행사에서 중국본부 임직원들이 화주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이제 현대상선이 살아났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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